처음 듣는 음악이 낯설 때 우리는 종종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악은 한 번에 전부 이해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일까.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 첫 아리아를 두 번 들어 보자. 두 번째에는 다른 부분에 귀를 놓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바흐 골트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
Kimiko Ishizaka · Open Goldberg Variations
1741년 출판된 작품을 Kimiko Ishizaka가 현대 피아노로 연주한 2012년 녹음
음원 출처 ↗ · CC0첫 번째에는 노래를 따라간다
처음에는 가장 잘 들리는 높은 선율을 따라간다. 멜로디가 어디에서 숨을 고르고, 어느 음을 조금 더 오래 머금는지 느껴 본다. 정확한 음 이름을 알 필요는 없다. 긴 문장이 끝나는 것 같은 곳, 다시 시작하는 것 같은 곳을 알아차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 작품은 1741년에 출판된 변주곡집의 문을 여는 아리아다. 지금 연결한 음원은 18세기의 소리가 담긴 역사 녹음이 아니라 현대 피아니스트의 연주다. 오래된 작품은 새로운 악기와 몸을 통과할 때마다 조금 다른 현재의 소리로 돌아온다.
두 번째에는 아래를 듣는다
다시 재생할 때는 시선을 돌리듯 귀를 낮은 음으로 옮겨 본다. 높은 선율을 받치는 저음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듣는다. 전부 따라가지 못해도 괜찮다. 방금 전까지 배경처럼 느껴지던 소리가 자기만의 방향을 가진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트베르크 변주곡의 뒤따르는 변주들은 아리아의 높은 선율이 아니라 그 아래의 저음 진행과 화성의 틀 위에 세워져 있다. 표면의 모습은 크게 바뀌어도 그 아래 관계가 남는다. 무엇이 같아서 우리는 되돌아왔다고 느끼는지, 무엇이 달라서 새롭게 들리는지 묻게 된다.
다시 듣는 사람도 달라진다
같은 곡을 두 번 듣는 동안 음원은 바뀌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우리가 귀를 두는 자리와 방금 전의 기억이다. 한 번은 앞으로 나온 소리에, 다른 한 번은 그것을 지탱하는 소리에 집중한다. 듣는 일은 이미 주어진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일이 아니다.
일상의 대화에서도 가장 큰 목소리만 따라가면 조용히 관계를 지탱하는 말들을 놓칠 수 있다. 음악에서 배경을 들어 보는 작은 연습이 곧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떤 목소리에 주의를 나누어 줄 것인지 묻는 경험은 음악 밖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
같은 곡을 다시 듣는 동안, 귀를 두는 자리는 달라질 수 있다.
작품에서 찾아볼 것
- 한 번은 높은 선율만 따라간다. 이름을 붙이지 않고 호흡을 느낀다.
- 다시 들을 때는 낮은 음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살핀다.
- 같은 음원인데 다르게 느껴진 부분을 한 문장으로 적어 본다.
작품 정보와 출처 · 이용조건
- 음원과 녹음 크레딧
Open Goldberg Variations · Kimiko Ishizaka · CC0 ↗ - 공개 이용허락 안내
Creative Commons CC0 안내 ↗ - 변주의 저음·화성 구조
G. Henle Verlag, 골트베르크 변주곡 학술 서문 ↗ - 1741년 출판 확인
G. Henle Verlag, 바흐 서문 ↗
Kimiko Ishizaka · Open Goldberg Variations · 2012년 · CC0